
할머니께서 어느 순간부터 밤에 차 불빛을 피하고, 마트 계단을 유독 조심스럽게 내려가던 모습도 그냥 나이 드신 분이 조심하는 거라고 넘겼습니다. 하지만 백내장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야 그 행동들이 시야 이상의 신호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.
수정체혼탁
대부분 눈이 침침해지면 노인이 온 거라고 가볍게 넘기는 분들이 많습니다. 저도 그랬고, 할머니도 처음엔 안경 도수 문제라고 생각하셨습니다. 그런데 안과에서는 백내장을 진단했습니다.
백내장은 보기엔 노안과 유사해 보이지만 다른 상태입니다. 노안은 눈 자체에 질병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자동 초점 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입니다. 하지만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병입니다. 수정체 혼탁은,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 내부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증가하면서 투명한 조직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입니다.
가장 큰 차이는 안경으로 교정이 되는지입니다. 노안은 돋보기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지만, 백내장이 진행된 상태에서 새 안경을 맞춰도 시야는 뿌옇게 보입니다. 할머니께서 새 안경을 맞추고도 잘 안 보인다고 하셨던 게 백내장 때문이었습니다.
세계보건기구(WHO) 자료에 따르면 백내장은 전 세계 실명 원인 1위입니다.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아도 방치하면 시력 전체를 잃을 수 있는 무서운 질환입니다. 최근 연구에서는 백내장으로 인한 시력 저하는 인지 능력 저하까지 가속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.
- 노안: 질병 없이 근거리 초점 기능이 저하된 상태, 돋보기로 보완 가능
- 백내장: 수정체 자체가 혼탁해지는 질병, 안경으로 교정 불가
- 백내장 방치 시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, 전 세계 실명 원인 1위
- 60세 이상은 증상이 없어도 6개월에 한 번 안과 정기검진 권장
렌즈 선택, 복잡한 문제
백내장 수술을 결정하면 인공수정체를 다초점 인공 수정체와 단초점 인공 수정체 중 무엇을 삽입해야 하는지 결정합니다. 인공수정체는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한 자리에 넣어 빛의 굴절 기능을 대신하는 인공 렌즈입니다.
다초점 인공 수정체는 원거리와 근거리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여러 초점을 렌즈에 넣은 방식입니다. 수술 후 돋보기 없이 생활할 수 있지만, 빛 번짐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. 특히 야간 운전 시 가로등에 빛이 번질 수 있다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.
단초점 인공 수정체는 번짐이 적지만 독서나 핸드폰 볼 때 돋보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. 원거리나 근거리 한 쪽에만 초점을 맞추는 구조입니다. 눈에 다른 질환과 함께 있는 경우에는 단초점 렌즈가 더 안정적인 편입니다.
할머니의 경우는 전문의와 상담을 거쳐 단초점 렌즈를 선택하셨습니다. 제가 직접 옆에서 상담 과정을 들어봤는데, 의사 선생님께서 눈 상태와 생활 패턴을 꼼꼼히 따져 렌즈를 권유하셨습니다. 처음에는 비싼 렌즈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소 어떤 활동을 하는지가 렌즈 선택에 더 중요했습니다.
한쪽 눈에 단초점, 다른 쪽 눈에 다초점 렌즈를 각각 삽입하는 방식도 가능하지만, 두 눈의 시야가 달라 일부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으므로 충분한 상담이 필요합니다. 인간의 수정체처럼 두께 자체가 조절되는 렌즈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만큼 이 두 종류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.
수술 후 관리, 어렵지 않습니다
수술이 무섭다고 하셨던 할머니는 막상 수술을 마치고 나서 "왜 이렇게 빨리 끝났냐?"며 의아해하셨습니다. 백내장 수술은 부분 마취로 진행되며 약 15분 내외로 끝납니다. 통증이 적은 편이고, 최근에는 초음파 에너지로 수정체를 잘게 쪼개어 작은 절개 부위로 제거하는 초음파 유화 흡인술 방식이 일반적입니다. 초음파 유화 흡인술이란 수정체를 통째로 꺼내지 않고 초음파로 분쇄한 뒤 흡입하여 제거하는 기법으로, 절개 범위가 작아 회복이 빠른 것이 특징입니다.
수술이 잘 진행된 경우에는 당일 오후부터 시력 회복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. 할머니께서 수술 다음 날 아침에 "우리 집이 원래 이렇게 밝았나"라고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귀에 남습니다. 그동안 서서히 나빠지는 시야에 적응해 오셨기 때문에, 얼마나 불편하게 생활하고 계셨는지 본인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셨던 겁니다.
수술 후 주의 사항도 잊지않고 기억해두는 것이 좋습니다. 수술 부위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. 삽입된 인공수정체에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큰 처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. 다만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약물은 백내장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장기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. 또한 염색약처럼 강한 화학물질은 수술 후 한 달 정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.
한 가지 더 알아두면 좋은 것이 후발 백내장입니다. 후발 백내장이란 수술 후 남겨진 수정체 껍데기에 혼탁이 다시 생기는 현상으로, 수술 후 몇 달에서 몇 년 사이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. 이름 때문에 백내장이 다시 생긴다고 걱정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술 후 남아있는 수정체낭이 혼탁해지는 현상이기에 레이저 치료로 비교적 간단하게 개선이 가능합니다. 혹시 수술 후 시야가 다시 뿌옇게 느껴진다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. 안구 건조증으로 인한 눈물층 불안정도 시야를 흐리게 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원인 감별이 필요합니다.